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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튜브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영화, 유튜브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김선아 (영상물등급위원회 연구조사센터 연구원)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정도에 등장한 ‘디지털’이라는 용어는 그것이 한 때의 유행어가 될지 아니면 이후에 대세를 이룰 보통명사가 될지 명확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영화는 필름과 디지털이 혼합된 채 함께 사용되던 시절이었고, 영화계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영화 제작 방식 및 형식에 대한 거부감 또한 드러내던 시기였다. <기생충>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봉준호 감독 또한 당시만 해도 필름에 대한 여전한 사랑을 피력했었고, 영화광들은 디지털이 마치 영화에 대한 자신들의 사랑을 빼앗아 갈까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곤 했었다. 하루 중 90~120분을 낯선 이들과 한 공간에 모여 커다란 스크린이라는 한 곳을 바라보는 극장의 경험은 필름의 경험이지 디지털적인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달리 보면 필름을 기반으로 한 영화보다는 비디오를 기반으로 한 경량의 카메라가 발전하면서 이를 재생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이 채택되었고 이러한 소량화·경량화가 필름 영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파일로 영화가 전송되고 영화 현장에서 데이터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긴 지금 필름 제작 방식은 사라져서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면서 ‘디지털 시네마’라는 용어가 법적·제도적 용어로 등장, 본격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영화 교육 혹은 영화 리터러시 교육은 이러한 필름과 디지털의 융합기 혹은 전환기에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반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의 교직 이수 과목으로 영화교육이 채택되었고, 2003년에는 고등학교 선택 과목으로 영화가 채택되었다. 경량의 비디오카메라 덕분인지 몰라도 청소년 영화 교육 대부분은 영화 제작에 치우쳐 있었고 지금도 그건 여전하다. 교과수업만이 아니라 공공기관 등에서 행해지는 영화교육 또한 학생들이 주어진 시간에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실기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를 감상하고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비판적 이해’ 수업은 독립적인 영화 교육이 아니라 제작을 하기 위한 배경 지식 정도에 그친 게 사실이다. 배경으로서의 비판적 이해와 ‘표현력’의 주된 배양으로 이루어진 수업 과정은 지금도 여전한 수업 내용일 것이다.

 

그러다가 2010년대 전후로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리터러시란 용어는 유엔에서 빈곤국가 아동의 교육에 대해 논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론의 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이다. 빈곤국가의 높은 아동 문맹률을 지적하고 이를 타파해야 한다는 유엔 보고서에서 리터러시 교육은 말 그대로 문맹 해소 교육을 말했다. 그 후 ‘리터러시 교육’이란 용어는 문학에서 영화까지 매체 전반의 소통과 경험을 연결하는 문자와 (움직이는) 이미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용어로 확장해서 사용되었다. 현재 문학에서 영화까지의 미디어 문화 전반을 접할 수 있는 각종 디바이스를 이용한 교육은 모두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교육전국연합회에서 정의한 미디어 리터러시란 ‘모든 종류의 의사소통 수단을 기반으로 접근, 분석, 평가, 창조, 그리고 행동하는 능력’1)을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의 자체가 의사소통 기술과 같이 상당히 포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맹율 타파라는 ‘리터러시 교육’ 의 원론적인 목표는 리터러시 교육을 제한시키고, 그것의 포괄적 정의로 나아가는 데에 장애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리터러시 교육’을 대부분 초·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컴퓨터 사용 능력을 교육하는 것으로 한정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문해력 교육, 나아가 소통 기술의 습득으로 거듭나지 못한 채 컴퓨터 기술 교육으로만 그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영화라는 미디어로 좁혀 이를 생각해 보자. 영화는 포괄적 리터러시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피교육자들이 영화를 더욱 잘 분석, 평가, 창조하도록 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한 마디로 이론, 비평, 제작 혹은 보다 보편적으로 언어와 이미지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듯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된 한 보고서에는 현 영화 리터러시 교육에서의 문제점이 나와 있다.2)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행해지고 있는 영화 리터러시 교육은 몇 가지 개선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1) 불안정한 행정체제 2) 교재 및 보조교재 연구 개발 미미 및 교육 프로그램의 단발성 3) 제작교육 위주, 연령별 무차별화, 단발성 체험위주 교육 4) 교강사 인프라 구축 실패 등이 현 단계 영화 리터러시 교육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문제점들은 서로 맞물려 있기 마련이다. 전문화된 행정 인력이 부재하고 민관 협동 영화교육 기관이 없다는 건 교육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적·물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없어서다. 이는 영화 산업의 진흥과 발전을 중심으로 구성된 다양한 국가 및 민간 기관이 뉴 미디어나 각종 기술 중심의 현장 영화 교육만이 아니라 미래의 현장 예비 인력, 더 나아가 시민 미디어 교육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 교재 및 보조교재 연구 개발 미미 및 교육 프로그램의 단발성 3) 제작교육 위주, 연령별 무차별화, 단발성 체험위주 교육'은 교육의 내용으로서 그나마 현재에 점진적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의 영상교육의 예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교육을 들 수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상물 등급분류 체험을 통해 청소년 영상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미디어 강사를 채용하여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방과 후 활동이나 체험 수업을 통해 등급분류교육을 시행해 왔다. 초기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홍보하거나 기관 안내 등의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학교측에서 등급분류교육을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신청하면 학생들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직접 방문하여 위원회 내 소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본 후 체험지 등을 통해 등급분류교육을 받는 체험 학습 등을 시행하고 있다. 등급분류교육은 물론 단발성 체험위주 교육이라는 점은 벗어날 수 없지만, 영화 리터러시교육에서의 문제점으로 앞에서 지적했던 '제작교육 위주나 연령별 무차별화 교육'이 아닌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체험교육은 전체관람가, 12세이상관람가, 15세이상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상영가 크게 다섯 가지 연령별 등급으로 구분되어 있는 현행 등급분류에 따라 청소년들에게 적정 영화를 구분하고 이해하는 눈을 길러주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3)

 

한편 극장과 민간 영상단체가 협업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예도 있다. 두근두근 영화학교는 'CGV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2016년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일환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30분 정도 간단한 강연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다.(현재는 극장 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_편집자주)4)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로 배우는 직업과 사회’를 주제로 영화를 통한 진로탐색 등 다양한 시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영화 리터러시 교육이 교육 현장에 굳건히 자리매김 하거나 제 문제점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전에 유튜브가 주도하는 플랫폼 시대가 도래했다. 텔레비전 시청률과 극장 점유율을 제치고 OTT 서비스(Over the Top, Media Service, 인터넷을 통해 각종 동영상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제 지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영화는 이제 동영상 중 하나의 매체가 되었고, OTT 서비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많은 동영상 콘텐츠 중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매체가 되었다. 그렇다면 기존의 영화 리터러시 교육은 어떻게 또 한 번 시대에 맞는 변신을 해야 할까. 유튜브를 비롯해서 일반적으로 OTT 서비스 혹은 구독 비디오(SVoD, Subscription Video on Demand)는 인터넷이 텔레비전(스마트 TV)과 모바일 폰에 들어갈 수 있는 콘텐츠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미디어 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은 극장 스크린, 컴퓨터 윈도우, 텔레비전 화면, 모바일 화면 등 모든 시각 경제를 ‘N-스크린’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영화를 포함한 영상 리터러시 교육은 ‘N-스크린’ 시대에 맞는 교육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N-스크린 시대에 알맞은 영화 리터러시 교육은 앞에서 언급한 ‘언어와 이미지 교육’으로 제 목표를 보다 확고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 디바이스와 스크린이 부지런히 분화되면서도 서로 넘나들면서 방송, 숏 폼 영상, 광고, 영화 등을 흡수하고 있는 지금 오히려 해당 콘텐츠를 도구로 언어와 이미지 교육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유튜브와 모바일 폰 스크린에 익숙한 학생들은 극장과 영화를 낯설어할 수 있다. ‘매체 융합 교육’은 N-스크린 시대에 새롭게 구상해볼만한 교육 비전이다. ‘매체 융합 교육’이 거창한 말 같지만 이는 디바이스와 스크린에 구애받지 않은 소통술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표현력 향상’이라는 비평과 제작, 언어와 이미지의 소통술 또한 융합되어야 한다. 이 때 영화는 장편 소설 쓰기처럼 긴 호흡을 지닌 영상 소통술의 예가 된다.

 

학생들이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 현재의 사회적 이슈를 던져주고, 이를 함께 고민하고 현실에서 드러나는 경우를 분석적으로 접근하여 나름의 대안을 만드는 과정으로 제작 교육 내용을 구성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먼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에 대한 접근을 위한 리서치 과정을 겪으면서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키울 수 있으며 이를 이미지와 말(예를 들어 누구를, 어떻게, 왜 인터뷰를 하는가)로 담는 방식을 배우고 이 전체 과정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문제를 도출해 내며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적 관계 맺기 기술도 향상시킬 수 있다.

 

‘유튜브 시대, 미디어 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5)에서는 핀란드의 한 학교에서 행해지는 리터러시 교육의 예를 들고 있다. 이 학교는 언론 수업 때 “학교 이미지를 실추하는 콘텐츠 제작하기”를 과제로 준다. 학생들은 학교에 쓰레기를 합성하고, 저질스러운 음식을 학교 급식이라고 왜곡한다. 황당한 과제 같지만 속고 속이는 게 얼마나 쉬운지 직접 경험하게 하는 차원의 교육이다. 다큐멘터리 수업에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틀어주고 학생들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토론하게 했다. 교사는 다큐멘터리에서 다루는 내용이 가짜임을 밝히며 “내가 교사라고 해서 신뢰하지 마라. 모든 정보가 사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스스로 능력을 길러 구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상이 지닌 기만성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느끼고 겪는 과정 자체가 리터러시 교육이 된다. 그러면서 비판적 이해와 표현력 향상이라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큰 학습 목표가 함께 융합된다.

 

이러한 융합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회적 이슈를 선별하여 학생들에게 그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는 교사의 역할이다. 교사들이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하는 동시대의 중요하고도 첨예한 사회적 이슈를 포착해서, 이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던지고 아이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여러 예외적인 소통술에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는 어려운 과제를 기꺼이 수행할 때 영화를 비롯한 각종 영상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까. 교사와 학부모도 이 교육 대상에 예외일 수 없으며 어쩌면 아이들보다 더 먼저 이러한 리터러시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1) 김아미,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합니다’, 한겨레신문, 2018.09.10.

2) 장다나(2017), 「청소년 영화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의」, 영화진흥위원회.  

3) 이에 관해서는 박유신 외 2명(2020), 「연령별 영상 교육 교구 개발 연구」 , 영상물등급위원회 참고. 

4)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펴냄, 「두근두근 영화학교 1, 2권」, 2018. (두근두근 영화학교 홈페이지)

5) 금준경, ‘유튜브 시대, 미디어 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이슈 인사이트 8호, 한국콘텐츠진흥원, 42~45쪽.

 

출처: [미디어센터 이슈_11] ① 영화, 유튜브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kr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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