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데이비스
(영국 버밍햄대학교 국제교육 명예교수, ConnectFutures 공동대표)
이 글을 쓰는 2020년 9월 현재,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몇 개월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무이한 대변동을 경험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와 똑같이 유례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세계 전역에서 학교는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일자리와 생계수단을 잃었으며, 가혹한 경제사회적 여파는 아직 가늠되지 않는다. ‘회복’과 ‘정상성’은 단지 환영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것은 고사하고 국가적으로 교육의 역할에 대한 처방전을 시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이 글은 불평등, 인종차별, 사회적 행동에 관련된 세 가지 긴요한 과제를 제시하는데, 이는 대부분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게 하면서 혼란에 대한 교육의 대응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불평등: 빈곤, 이주, 성
가장 분명한 첫 번째 과제는 불평등을 둘러싼 것이다. 전세계 학교들이 온라인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교육적 접촉을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이미 소외받고 있는 아동은 앞으로 더욱 그러해질 것이 우려된다. 여기에는 인터넷을 쓸 형편이 안되는 아동, 또는 8인 가족이 단 한 대의 휴대 전화를 공유한다거나, 늘 그랬듯이 집에 책이 없는 이들이 포함된다. 도서관은 문을 닫았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혁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전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국제아동기금(UNICEF)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이 전기 이용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빈국 7개국에서 최빈 가구 가운데 전기를 쓰고 있는 가구는 10퍼센트 미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프리카의 최빈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교육신탁(Africa Educational Trust, AET)같은 조직들의 노력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 기구들은 온라인 연결이 가능하면 줌(Zoom)을 통해 부장교사, 지역사회 교육심의회,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연수를 제공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는 아동중심 교수법, 재난 대응 준비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안전한 등교 대책, 취약 아동과 성인의 보호 등을 포함하는 회복 대책에 대한 교육도 포함한다.
온라인 연결이 어려운 경우에는 지원활동가와 현지 네트워크가 가동된다. 케냐에서는 학부모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 수칙을 지키면서, 약속을 잡아 이들 지원기관을 방문해, 가정학습 세트와 생존에 도움이 되는 영양강화죽 가루를 가져갈 수 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아프리카에서 유일한 재난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케냐는 우리가 기억하는 한 최악의 메뚜기떼 공격으로 모든 작물이 소실되었고, 소말리아에서는 3월 홍수로 2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남수단에서는 6월초 무장단체간 싸움이 증가해 일주일만에 2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AET가 현장에서 접촉한 사람들은 이 모든 도전에 직면하면서도 여전히 교육만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으로 이동과 난민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이미 국제 혹은 국내 난민이 된 어린이는 교육이 중단될 가능성이 더 높다. 난민은 사회적인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분쟁지역의 소녀들은 상황이 한층 더 나쁘다. 국제아동기금이나 머시코(Mercy Corps 자선단체) 같은 조직은 교육을 ‘재구상’하고 학습내용을 전달하고 포괄적인 학습앱을 찾고자 다양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소외계층의 소녀들이 가장 위험한 상태에 놓인 것은 여전하다. 보호기능을 하는 학교에 못 가는 상태에서, 코로나19는 소녀들의 교육, 건강, 복지를 위협한다. 빈곤가정이 늘어나고 사회적 보호가 제한되면서, 부정적 대처전략으로 어린 나이의 딸을 결혼시켜버리는 부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여성 할례, 아동 결혼 및 이에 따른 영구적 학교 중퇴의 위험을 높인다. 소말리아 가정들은 등교 중단을 이용해 여자 아이들에게 할례를 시행하고 몇 주가 걸릴 수 있는 회복기간을 갖도록 한다. 물론 여성할례는 부유한 나라를 포함해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일어난다. 학교의 보호적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경계해야 할 것은 단지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것 이상이다.
자국주의, 인종차별, 극단주의: 정보전염병(인포데믹)의 확산
어떤 비상사태든 공포, 위협, 그리고 비난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누가, 무엇이, 또 어느 나라가 책임이 있는지에 관한 음모론이 무성하다. 그래서 미디어 문해와 가짜뉴스에 대한 교육적 노력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 읽는 내용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증거를 찾으려는 습관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 시대의 큰 문제는, 안면 덮개가 사람을 보호하는지, 정확히 어느 정도의 사회적 거리가 필요한지, 백신이 가능한 것인지 등 ‘증거’가 변한다는 것이다. 홍역이나 일부 국가의 소아마비 대처사례에서 보아왔듯이 반백신(anti-vaccine) 운동이 커지기 쉽다. 따라서 교육의 역할은 공포에 기초한 과잉반응을 잠재우고 이용가능한 과학으로 철저한 검증을 장려하는 것이다.
무섭게도 노골적인 인종차별과 편견을 점점 더 많이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인에게 비난이 쏟아지면 중국인 혹은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공격을 당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특히 동아시아 출신의 사람들이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앵거스 리드가 6월에 실시한 캐나다의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계 캐나다인의 거의 1/3이 코로나19로 인해 신체적 공격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집시들이 질병을 퍼뜨린다고 비난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이 증가했다. 이는 집단적 위험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을 가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극단주의 단체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증오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와 사이버 범죄의 대량 확산을 가리켜 말하는 ‘정보전염병‘(인포데믹, infodemic)의 한 측면이다.
영국의 반극단주의위원회(Commission for Counter Extremism)가 7월 9일 발표한 보고서는 신나치주의자와 극우주의자를 비롯해 증오에 찬 각종 극단주의자들이 어떻게 팬데믹을 이용해 사회적 불화를 조장하는 잘못된 정보 확산운동을 벌이는지 보여주었다. 이들은 지지자들로 하여금 유대인과 무슬림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감염시키도록 촉구하는 등, 소수 집단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인종주의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발언을 조장해왔다. 신나치 단체들은 난민, 동성애자, 엘리트를 막론하고 다른 집단들도 사회의 위험요소라고 지목한다. 과격 극단주의 단체와 보건 단체도 이 정보전염병에 위태롭게 가담하고 있다.
반대로, 이슬람주의 단체는 비난을 다양한 대상에게 쏟아낸다. 무신론 추세와 부도덕이 팬데믹 형태를 띤 신의 심판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십자군’ 단체를 추궁한다. 이슬람국가(ISIS)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에 시달리는 유럽에 가지 말라고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으로부터의 보호화 질병을 피하는 대의를 받아들여야 하는 신성한 의무”를 이행하도록 ISIS 통제 지역에서 멀리 벗어나 있도록 시킨다.
이 밖에도, 비영리 매체 네트워크인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보도 된 바에 따르면, 인도의 한 이슬람국가 단체의 온라인 간행물은 “모든 형제자매는 물론 어린이까지도 질병의 운반자가 되어 이교도의 식민지를 공격함으로써 알라의 뜻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촉구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The Guardian)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한 보코하람(Boko Haram) 극단주의 분파 지도자가, 음성파일을 내보내 자신이 믿는 이슬람교는 ‘반바이러스적’이라고 주장하며 이슬람 사원 폐쇄를 불러온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은 신앙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미디어 문해는 젊은이들이 팬데믹에 관한 대량의 상충하는 메시지와 정치화된 책략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고조된 역할을 담당한다. 교사는 온/오프라인에서 증오 발언을 가려내고 이를 알리는 방법 등에서 지원을 필요로 하며, 학생은 그릇된 정보, 노골적이거나 감춰진 외국인 혐오, 극단주의자의 전술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
사회 불안과 시위
마지막으로, 우리는 코로나19와 시위운동의 영향이 접목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많은 나라를 휩쓸고 있다. 노예상의 동상이 전복되는 것부터, 흑인과 소수인종 사람들이 역사적인 인종차별과 박탈, 의료서비스에 대한 차별적 접근, 병원이나 요양시설 같은 최전선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더 많다는 이유 등으로 코로나19에 더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스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가 초기에 시위운동을 약화시켰지만, 소셜 미디어가 사회적 동원을 대체하지 못하므로 취약인구와 불만층의 증가와 함께 시위가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전략 자문회사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시위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팬데믹의 경제적 충격이 기존의 불만과 맞물려 광범위한 대중 항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주로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37개 국가는 앞으로 최대 3년간 시위를 겪을 수 있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터키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불안의 위험이 다소 덜 극심하지만 여전히 안정에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2019년 메이플크로프트 보고에 따르면, 홍콩, 칠레, 나이지리아, 수단, 아이티를 포함한 47개국에서 시위가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에 보도된 바와 같이 2021년에는 더 많은 소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만일) 학교가 다시 완전히 열리면, 이는 새로운 불안의 세상이 열리는 것일 수 있다. 교사는 시위가 어떻게 촉발되고 그 이유와 효과에 대해 학생과 어떻게 토론할지 알아야 한다.
시민 불복종은 각 나라에서 다른 형태를 취하며 이에 대한 대응도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교사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갈등이나 불만의 뿌리와 시위로 이룰 수 있는 것과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토론을 회피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여기에는 극단주의자들이 시위운동을 빼앗아버리는 데 대한 경고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비영리 법률 옹호운동 단체인 남부빈곤법센터(Souther Poverty Law Center)에 따르면,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백인의 생명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 운동을 통해 반대시위를 전개해왔고, 이는 단체간에, 또 경찰과 불가피한 폭력사태 발생으로 이어졌다.
경계와 행동
코로나19로 인해 불평등, 인종차별, 폭력 시위의 교차점이 증폭되어왔다. 학교의 역할도 똑같이 심화되고 있다. 학교는 한편으로는 많은 공동체가 인종, 사회계급, 연령 구분을 넘어 서로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도우면서 더 큰 결속력을 보인 것과 같이 유익한 측면을 더 발전시킬 기회를 가지며 또 그럴 책임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학교와 교육기관들은 가장 심각한 교육 소외 계층에 다가갈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하지만 중요한 도전과제는 여전히 남아있고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다.
학교가 계속하여 혐오 발언이나 선동과 싸우고, 젊은이들이 온라인에서 접하는 것을 미숙하게 대하지 않고 경계심을 갖도록 하며, 부지불식간에 자신들이 게재하고,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내용을 통해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이슬람 혐오증에 기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
그러나 이 과제는 미디어문해 이상의 과제이다. 이 점에서 ‘당신의 행동이 중요하다,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이다’라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의 구호는 매우 의미가 있다.
사회적 불안의 시기에, 어떻게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고, 불의나 부패와 맞서 싸우며, 폭력을 쓰지 않고 사회변화를 이루는지 등에 대해 교육하는 올바른 정보에 기반한 정치시민성 교육이 더욱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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