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하 '아태교육원')은 제220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를 계기로 10월 16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AI와 세계시민교육" 주제의 라운드테이블을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와 공동 주최했다. 본 행사는 연대와 포용을 위한 세계시민교육 우호그룹과 유네스코의 협력으로 진행되었다.
박상미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는 개회사를 통해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에서, 교육이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고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3년 채택된 유네스코의 '평화, 인권,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교육 권고안'을 언급하며, 국제적 연대와 글로벌 시각을 교육 정책에 반영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테파니아 지아니니(Stefania Giannini) 유네스코 교육 사무총장보는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교육 시스템에서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지나, 동시에 인간 중심적 접근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네스코의 'AI 역량 프레임워크'를 통해 구체적 기술, 적성, 가치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유네스코가 국가와 지역 수준의 좋은 사례를 발굴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세계시민교육상을 지원하는 한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웨인 홈즈(Wayne Holmes)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교육에서의 AI'와 'AI에 대한 교육'이라는 두 가지 차원의 접근법을 제시했다. 현재의 AI 교육 도구들이 단순한 지식과 기술 전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세계시민교육에서 중요한 '개별화'와 '사회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사용으로 인한 에너지 및 물 소비 문제, AI 개발을 위해 저임금으로 일하는 전 세계 유령 노동자‘Ghost workers’ 문제, 대기업의 AI 통제로 인한 민주적 통제 상실 가능성 등 AI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엠마누엘 고피(Emmanuel Goffi) 파리 디지털 테크놀로지 대학(ISEP) 교수는 '책임있는 AI'가 아닌 '책임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에 대한 비판적 사고의 핵심성을 강조하며, 인간 상호작용, 효과적인 의사소통, 시간 관리, 갈등 관리 등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AI 과다 사용으로 인한 이러한 능력의 상실 위험성을 경고하며, 각 문화와 가치관에 깊이 자리한 윤리의식을 통해, 진정한 윤리적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크 웨스트(Mark West) 유네스코 교육분야 전문가는 코로나 19 이후 교육의 디지털 전환 경험을 분석하며, 교육권에 대한 전통적 이해가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출석과 참여의 개념이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지, '연결 해제된 교육에 대한 권리'(right to disconnected education)는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등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어린 학습자들에게 에드테크와 디지털 중심 교육이 발달 저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연령과 발달 단계에 따른 적절한 기술 사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현묵 아태교육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AI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으로 많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시민성과 가치, 원칙들을 모든 영역, 특히 교육 분야에서 엄격히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반 학습자뿐만 아니라 AI 개발자와 사용자를 위한 세계시민교육 강화 방안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시민권과 세계시민권의 가치와 원칙을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지속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에는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라오스, 캐나다, 미국, 케냐, 칠레, 이탈리아, 세르비아, 일본 등 다수의 유네스코 회원국 대표부를 비롯하여 세계시민교육 및 AI 실무자, 교육 기관 관계자 등 약 60명이 참석했다. 다수의 유네스코 회원국 대표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AI와 교육의 접점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으며, 참가자들은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세계시민교육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인간 중심의 가치와 윤리적 원칙을 지키기 위한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