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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미디어교육의 현재와 과제

미디어는 의사소통과 사회참여를 위한 도구이다.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콘텐츠에 공감하거나 댓글을 달고, 심지어 청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일상적으로 미디어를 사용하지만 사회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분석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한국언론진흥재단, 2019)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뉴스를 소비하며 언론사를 확인해 본다거나(2.48), 특정 사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뉴스를 비교해본다는 응답(2.29)은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1점 ‘전혀 하지 않는다’~5점 ‘매번 그렇게 한다’).

 

미디어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험은 민주적이고 숙의적인 태도를 기르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청소년이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교육 차원에서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이 글에서는 학교 미디어교육은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학교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제도적 개선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학교 미디어교육의 개념과 목표

 

 ‘미디어교육’은 맥락에 따라 그 내용과 영역이 다르게 해석된다. 넓은 의미에서는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모두 포괄한다.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은 학교에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되었다. 예컨대, 노동 인권 교육을 위해 웹툰을 보거나 자본주의나 동물학대 등의 문제로 토론하기 위해 영화를 시청하고, 시사에 관한 뉴스나 신문을 활용하는 것(Newspaper in Education, NIE) 등이다.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 자체에 주목한다. 여러 유형의 미디어에 접근하거나 미디어 기술을 익히고, 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뉴스거리를 선정해서 뉴스를 제작해보고 다른 뉴스와 비교를 해본다거나, 미디어 생산 능력을 기르기 위해 영상, 이미지, 텍스트, 음향 등의 요소를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등이다. 즉,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를 교수·학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지, 미디어를 교육의 내용으로 다루는지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미디어를 활용해 무엇을 배우거나 미디어 자체를 배우는 일이 왜 중요할까? 태어났을 때부터 각종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 이른바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청소년 사이에도 디지털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생활 지역, 경험 등에 따라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능숙도와 인식의 차이가 생겨난다.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미디어 이용법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사용할 때 지켜야 할 규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심미적 감상 등 다양한 측면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학교에서의 ‘미디어교육’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무엇보다 청소년이 분별력 있게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미디어의 본질을 알고, 미디어에 담긴 정보와 내용을 ‘비판적으로 이해’(분석, 평가)하며, 자신의 생각을 미디어로 ‘표현’(제작)하면서 ‘책임감’ 있게 미디어를 이용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위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허위정보 및 유해 콘텐츠에 흔들리지 않는 시민을 키워내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다.

 

학교 미디어교육의 현재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과별로 비판적 읽기, 매체 자료를 활용하여 표현하기(국어), 사이버예절(도덕), 정보통신윤리(도덕, 정보), 대중문화와 대중 매체(사회), 시각 문화 및 표현 매체의 특징(미술), 개인정보와 저작권 보호, 알고리즘(정보) 등이 학습 내용으로 제시되어 있다. 각 교과 또는 교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수행활동을 할 때, 미디어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탐색·수집하거나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미디어 관련 수행이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미디어교육에서 미디어 활용이나 제작 측면의 비중이 높다. 영상이나 카드뉴스 등을 제작하는 활동에서 미디어의 운용 원리나 인권 및 윤리 측면의 교육 등이 부족한 채, 기술적 측면이나 결과물 생산이 부각되기도 한다. 이것은 학교 미디어교육에서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미디어 제작 경험은 미디어의 생산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다만, 이때 어떤 시각으로 주제를 다룰지,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때 무엇에 유의해야 할지, 어떤 원리로 소통이 이루어지는지, 전체 과정을 어떻게 성찰할지 등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한편, 학교에서의 미디어교육은 교육과정에 미디어 관련 내용이 명시되기 이전에도 이루어져왔다. 광고나 뉴스, 게임, 웹툰 등을 소재로 수업을 하거나 교과, 영화 등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교육 교사 모임을 운영하고 미디어 수업 사례를 담은 저서를 출판하는 등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일부 교육청에서는 청소년 방송·기자단을 운영하거나 디지털 미디어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역 대학과 교육청 혹은 미디어 유관기관이 협업하여 미디어교육을 실행하거나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실행하기도 한다.

 

교육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개념과 수행목표를 도출하고 교과 및 교과 통합 수업 방안을 제시하였고(정책연구 ’15), 교과서 단원 모형을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하였다(정책연구 ’16). 또한 미디어교육 연구학교를 운영하고(’16~’18),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하는(’18)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미디어교육을 지원해왔다. 특히, 체계적이고 일관된 미디어교육 정책 추진을 위해 「학교 미디어 교육 내실화 지원 계획」을 발표하였다(’19.7.).

 

미디어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정부부처 산하 기관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중심으로 교사 연수, 미디어 교재 및 교수·학습 자료를 보급하고 있으며, 미디어교육 강사를 학교에 파견하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는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운영하며, 자유학기제 연계 미디어교육 프로그램과 학생 동아리 활동 등 각종 미디어 제작·체험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 미디어교육의 과제   

 

각계에서 학교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학교 미디어교육을 위한 과제는 적지 않다. 학교의 미디어 수업은 교사의 노력과 관심 등에 따라 편차가 크고, 미디어 관련 전문인력이나 시설은 대도시 중심에 몰려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보편적인 학교 미디어교육을 위해서는 교사 교육 및 교육과정 상에서 미디어교육 내용이 정교화되고, 기관 간 협력 등 정책적·제도적 방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교원 및 예비교원을 위한 연수·교육 등을 통해 실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역량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교원의 역량을 바탕으로 현재 실행되는 교육의 내용을 실제화하거나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학교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과 교육 차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지는 한편, 교과 통합 교육과정 차원의 접근이 병행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또한 학교에서의 미디어교육 내용과 범위,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 청소년의 미디어 문화 특성, 미디어의 본질과 원리, 교사의 역할과 유의점 등을 포함한 학교 미디어교육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학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교육이 안착되어야 한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학교 미디어교육 관련 연구를 지원하며,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미디어교육 환경 조성을 목표로 정부 부처 및 미디어 유관기관 간 연계·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지능정보사회에서 시민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라는 데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학교 미디어교육 정책이 체계적·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장은주

소속: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교육연구사

발행일: 2020.02.20

장은주 연구사는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에 파견 재직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마곡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으며,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Ⅰ·Ⅱ, 「초중등 교과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단원 개발 연구」 등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였다.

 

본 저작물은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에서 2020년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 4유형으로 개방한 ‘학교 미디어교육의 현재와 과제 (장은주)’를 이용하였으며 해당 저작물은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edpolicy.kedi.re.kr)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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